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진료실 밖

성형 후기에 대한 단상과 현명한 소비자 되기

by 박성혁 원장 2021. 9. 3.

목차

     

    인터넷상에는 유혹과 허황된 정보가 많습니다. 성형뿐 아니라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 음지 마케팅이 숨어있는 듯합니다. 악화를 근본적으로 척결할 수 없다면, 유일한 대안은 소비자가 변하는 것입니다. 참과 거짓을 가려내기 위한 지혜를 갖추도록 말이죠.

    프롤로그

    저는 대한민국의 성형외과 전문의입니다. 그리고 이 티스토리 블로그는 당연한 얘기지만 홍보용입니다; 병원 간의 치열해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고, 나날이 상승하는 마케팅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 제가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편집하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목적 못지않게 이 블로그는 교육용이기도 합니다; 진료실에서 설명했던 내용을 조금 더 쉽게 풀어쓰고자 하는 공간이며, 미용수술에 대한 허황된 환상을 없애고, 수술 후 발생하는 근심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하는 마음에 만든 환자 교육 공간입니다. 또한 성형외과를 막 배워나가는 주니어 의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물론 블로그를 처음하다보니 부족한 점이 많아 계속 채워나가야 하는 공간입니다.
    어쨌든, 블로그가 단순히 개인적인 일기 공간이 아니다 보니 사람들이 어떤 것을 검색하는지, 어떤 글이 상위 노출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며칠 전 우연히 제가 검색을 하다 재미난 글을 보게 되면서 성형업계에 기생하는 독버섯 같은 유인행위에 대해 어떻게 하면 속지 않고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성형 후기를 쓰는 블로거, 너는 누구냐?

    네이버에서 '상안검'으로 검색을 했다가 우연히 상위 노출된 누군가의 블로그 웹페이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해당 글은 2021년 6월 15일에 작성된 글로 상안검 수술을 블로거 운영자 본인이 받은 후의 주관적인 만족을 적은 글입니다. 사진은 50대 중반 이상의 여성으로 보였고, 눈 수술의 결과는 훌륭했습니다.
    그러다 해당 블로거가 본인이 받은 코수술에 대한 포스팅도 눈에 띄어 클릭하게 되었습니다. 2021년 6월 11일에 작성된 그 글은 앞선 눈 수술을 받은 본인의 모습보다 비포/애프터의 모습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대략 20대 정도로 보였습니다.
    '잉? 같은 사람 맞아...?' 제가 사진을 본 첫 느낌입니다.
    그리고 2021년 8월 26일에 올린 그 블로거의 글에는 본인의 모친이 하안검 수술을 받은 내용을 다루고 있었고 사진 속에 주인공은 50대 중후반으로 보였습니다.
    댓글은 일백 개가 넘게 달려있었고 하나같이 병원 정보를 문의하는 글로 추정되었습니다.

    진짜 환자들은 후기를 쓰지 않습니다

    사실 눈 수술 결과가 너무 만족스럽다면 같은 병원에서 한 달 뒤 코 수술을 받는 것은 개연성 있는 모습입니다. 본인이 만족하여 가족들에게 수술을 권유하는 모습도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속의 본인이라고 주장한 분의 나이가 글마다 달라 보이는 건 백번 양보한다 치더라도 실제 환자들이 하지 않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바로 "성밍아웃(성형사실을 고백)" 입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 묻지도 않았는데 성형수술 사실을 먼저 밝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해서 득이 될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이면에는 (제 추측컨데) 사람들의 마음속엔 '쟤는 원래 (타고나기를) 이뻤어'라는 주위의 반응이 '쟤는 수술해서 이뻐졌어'라는 시선보다 더 큰 우월감을 주는 거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공간에서라도 굳이 자신의 셀카를 업로드해가며 병원의 상담내용, 수술 당일 행적, 술 후 병원의 처치, 가격정보를 써줄 정도로 한가하고 친절한 사람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물질적인 대가가 있다면 모를까요.
    물론 유튜브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본인이 수술을 받고 후기를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병원 측에서의 보상이 뒤따르거나, 병원과 어느 정도 기획된 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니면 본인 계정의 채널 조회수를 올리려는 목적이고요.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성형 사실을 알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내가 수술 결과가 마음에 들어도 내가 왜…? 굳이 그걸…?' 이게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수술 후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종종 후기를 적어야 할인이 되는 병원과의 계약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후기를 쓰는 분도 계신데… 진짜 소비자가 작성하는 빈도보다, 가짜 환자나 마케팅 업체에서 대신 후기를 작성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진짜 리뷰는 어디에??

    1) 찐 후기는 불만족일 때

    하지만 진짜 환자가 후기를 자발적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결과가 불만족스러울 때입니다. 물론 불만족한 경우의 매우 소수의 환자만 이렇게 합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병원과 환자의 관계가 틀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경쟁병원을 깎아내리기 위해 브로커가 불만족 거짓 후기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진짜 환자가 합의금 사냥꾼 변호사에게 조정당하기도 하고요.
    성형 피해자를 도와주는 정의로운 변호사

    2) 자극적인 전문가들의 글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의사들은 튀는 내용, 자극적인 내용으로 눈에 띄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필러 절대 맞지 마세요' 같은… 그러면 또 다른 병원은 맞불을 놓죠. '필러 절대 맞지 말라는 말은 근거가 없다' 뭐 이런 내용으로요. 승자는 누구일까요?? 만약 이런 논쟁이 이슈화되어 유튜브 조회수가 서로 상승하는 경우 두 병원 모두 승자입니다. 노이즈 마케팅의 변형이죠. 이런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병원들은 대게 자신의 병원을 알리는 데에 목적이 있지, 진실이 무엇인가에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결국 정보의 비대칭성이나 왜곡이 개선되지는 않고 오히려 더 혼탁해지고 소비자는 더 헷갈립니다.

    그렇다면 현명한 성형 소비자가 되는 방법은?

    사실 성형수술을 염두에 둔 분들께 best는 수술을 먼저 경험한 환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요. 수술 사실을 먼저 말하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수술을 했다고 해도 숨기고 싶어 하는 심리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현명한 성형 소비자가 되는 법을 중요도 순으로 나열해보았습니다.

    1. 직접 원장과 상담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할 원장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입니다.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은지, 만약 다른 방법이 좋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수술을 했을 때 어떤 득실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은 성형 상담에서 가장 기본입니다. 집도할 원장이 어떤 종류의 수술을 주로 해왔으며, 미적 기준은 어떤지, 결과가 아쉬울 때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2. 온라인으로 정보를 검색할 땐 출처를 확인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병원에 직접 다니며 상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사람들은 수술 사실을 굳이 먼저 말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보니 주위의 경험담을 듣기도 쉽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 특정 병원의 후기 마케팅이 암암리에 일어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인데요...
    직접 병원을 방문할 여건이 되지 않아 인터넷으로 수술이나 병원에 대한 검색을 해야 한다면 글을 보기 전에 정보의 출처가 누구인가를 따져보는 것이 첫 번째여야 합니다. 정보의 출처는 의료진일 수도 있고 비의료진인 병의원 종사자, 환자로써의 경험담,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학술 논문, 조회수를 올리는 것이 중요한 블로거 등 다양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작성자의 신원이나 근거가 밝혀지지 않은 인터넷 자료들은 쉽게 믿으면 안 됩니다.
    성형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성형카페나 어플, 블로그 등과 같은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인터넷 공간에는 브로커나 마케팅 직원들이 늘 존재합니다. 진짜 수술한 환자가 쓴 후기나 내용인지, 아니면 자기 의원을 홍보하려고 혹은 경쟁 의원을 폄하하려고 병원 관계자가 쓴 내용인지는, 초심자가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 진정한 치료경험담을 공유하려고 굳이 자기 시간을 할애하고 사진까지 올리며 익명의 공간에 글을 쓰는 행동은 일반적인 모습은 아닙니다. 이해관계가 있다면 모르겠지만요. 누군가가 반복적으로 인터넷 공간에 특정 병원을 거론한다거나, 수술에 대해 박학다식한 느낌의 글을 자주 쓰는 것도 업계 종사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 정보를 얻을 땐 정보의 출처나 정보제공자가 누구인지를 꼭 확인하여야 합니다.

    3. 주위 사람도 그 의사에게 몸을 맡기는가?

    병원 직원들이 그 원장에게 몸을 맡기는지, 아니면 원장이 자신의 가족도 수술을 해주는지도 여쭤보는 게 좋습니다. 의사의 포장되지 않은 실력은 어쩌면 해당 병원 직원들이 가장 잘 압니다. 수술방 직원, 상담실장, 코디네이터 등은 매일 그 원장의 수술 과정을 보고 또 결과를 접하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직원이 본인이나 자신의 소중한 가족, 친구에게 수술을 권유한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믿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과대광고와 거짓 경험담, 음해성 후기가 성형시장에 팽배했다지만, 아직까지는 지인소개가 가장 강력한 홍보이자 검증 수단입니다.

    4. 비포/애프터 사진

    초상권의 문제가 없다면 수술 전후 사례들을 보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합니다. 사진을 볼 때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담한 원장이 직접 집도한 케이스인지
    2) 본인과 유사한 조건의 사례인지
    3) 사진의 조건은 일관성 있는지

    1)은 사례의 환자분이 어떤 부분을 개선하고자 했는지, 몇 번째 수술이었는지, 거주지는 어디였는지, 수술 시 어떤 점을 고려했는지, 수술 과정에서 특이한 이벤트는 없었는지 등 디테일한 부분을 넌지시 물어보면 직접 집도 케이스가 맞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원장 자신이 직접 상담하고 집도하지 않은 경우라면 갑작스러운 이러한 질문에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습니다.

    2) 본인과 유사한 케이스 사진을 보는 것도 중요한데, 피부의 조건이나 나이대, 해부학적인 조건이 최대한 유사한 사례를 본다면 본인의 결과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3) 일관된 조건에서의 사진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윤곽 수술이나 코 수술의 경우 미세한 각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조명이나 화장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 보일 수 있어 최대한 비슷한 조건의 사진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술 후기라고 어플에 올라온 환자 셀카를 보면 일관되지 않는 각도와 과한 화장을 볼 수 있는데요... 종종 이러한 후기를 보고 있노라면 성형 어플인지, 화장법 광고인지, 얼짱각도를 알려주는 사람들의 모임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소비자를 현혹시켜야 하는지, 수술 이후의 불만이나 실망에 대해 어떻게 감당할 건지 궁금합니다.

    5. 내가 몸을 맡길 의사는 어떤 사람인가?

    졸업한 학교, 교육받은 수련병원, 전공과목, 펠로우(전임의)나 교수 경력 여부, 개원가의 어느 병원에서 근무했는지... 와 같은 내용 또한 가급적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의사의 이력이 수술의 결과를 보증해주진 않습니다.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했다는 사실도(적어도 마케팅과 홍보, 신문사의 칼럼과 같이 돈으로 만들 수 있는 스펙보다는 객관적인 이력임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실력의 보증은 아닙니다. 마케팅 목적으로 학회 발표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홍보용 사진을 찍기 위한 수준이 낮은 학술대회도 많이 존재합니다.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우후죽순 몰려드는 미용업계에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만든 학회나 아카데미가 많은 게 사실이며, 이 현상은 해외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단체에 역사가 있는 학술모임이라면, 그리고 그런 모임에서 꾸준하게 한 가지 분야에 대해 여러 차례 발표하고, 유사 주제의 논문도 출간했다면, 그 논문이 여러 명이 달라붙어 쓴 게 아니라 단독저자로 쓰였다면… 해당분야에서 깊이 연구하고 고민한 의사일 확률이 높습니다. 제가 만약 누군가에게 제 몸을 맡겨야 한다면 되도록 그런 분께 찾아갈 것 같습니다.

    결론

    혼탁한 미용의료시장은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80~90년대에는 브로커가 직접 고객을 모아서 성형수술을 권유하여 특정 병원에 몰아주고 수수료를 받아왔습니다. 그 브로커들이 2000년대 되면서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을 해온 것이고, 지금은 어플로 옮겨온 것 뿐입니다. 결국은 사용하는 매체만 바뀔 뿐 브로커가 환자를 유인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러한 행태는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해결책이 너무 식상한가요? 하지만 현재까지는 저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가 분별력을 갖출 수밖에 없고 똑똑해져야 합니다. 여기서 똑똑하다는 것은 성형과 관련된 지식이 아닙니다. 사리 분별을 갖출 '지혜'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중에 두세 가지라도 지킨다면 확률적으로 수술 결과가 실망스럽지는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