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Dr. Marten을 알게 된 것은 전공의 3년 차 때 진훈 원장님의 안면거상 강의에서 입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두 달가량 진행됐던 그 수업은, 퇴근 후 나의 모든 일과를 금요일 아침을 위한 준비로 정조준시켰습니다. 당시에 저는 매일매일을 지난 수업 복습과 다가올 강의 예습으로 논문을 읽으며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렸으니까요...
그 당시 읽었던 ‘High SMAS Facelift: Combined Single Flap Lifting of the Jawline, Cheek, and Midface’를 통해 Marten을 알게 되었고
1) 월등히 좋은 수술 결과, 2) 전공의 수술기록지보다 더 세부적인 수술 설명, 3) 수술 매 과정마다 주의점을 설명하고, 4) 수술 중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도 근거를 나열하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이런 논문은 흔치 않았기에 저는 Marten에 빠져들어 그의 논문이나 저서는 모두 찾아보며 그의 big fan이 되었습니다. 또 그의 뛰어난 술기, 후진 양성에 열린 태도, 많은 연구업적에도 불구하고 학회의 정치적 스포트라이트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모습에서 진정한 surgeon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의 술기에 관심이 있지만 논문이나 저서를 구하기 힘든 경우 Neligan 4판의 ‘Facelift: Male facelift’와 ‘Facelift: Secondary deformities and the secondary facelift’를 읽어보면 Marten의 최신 지견을 접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20년 Nahai의 ‘The Art of Aesthetic Surgery’ 3rd ed과, 2016년 Bruce Connell의 ‘Aesthetic Rejuvenation of the Face and Neck’의 Marten 집필 챕터는 저의 안면거상 수술을 한 단계 진보시켰기에 그의 안면거상 방법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읽어 보길 권유드립니다. 목거상과 관련해서는 2018년 Clin Plastic Surg Volume 45에 실린 총 세 편의 논문이, 지방이식과 관련해서는 2018년 Aesth Plast Surg에 실린 ‘Facial Fat Grafting: Why, Where, How, and How Much’가 유용합니다.
전문의를 취득하고 안면거상 수술 빈도가 늘면서 수술 중 늘 궁금한 부분과 논문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정리하여 Timothy Marten에게 email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유려치 못한 영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견해를 답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의문들이 계속 생겼고, 10년 전 류민희 원장님께서 MCPS에 다녀오신 바 가 있기에 저 또한 용기 내어 메일로 참관을 부탁, 방문이 성사되었습니다.
Secretary를 통하여 Marten의 대표적인 논문을 메일로 보내줄 테니 읽고 오라는 친절한 안내와 함께 California 법규상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참관이 가능하며 만약 환자가 참관을 원치 않을 경우 방문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 수술방 내 일체의 전자기기는 허락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참관일을 확답받고 예정된 수술을 미리 안내받았습니다. Visiting doctor들에게 별도로 참관비를 받지는 않았지만, CV와 면허증, 사진이 첨부된 신분증을 요구하였습니다.
MCPS는 San Francisco의 Union Square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Marten은 UC Davis 의대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Illinois, Chicago Medical Center에서 성형외과 레지던트를 마친 후 무려 세 곳에서 펠로우쉽으로 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Bruce Connell의 face lifting technique은 Marten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2022년 6월의 MCPS는 1개의 수술방, 2명의 성형외과의사(동업관계인 Dr. Dino Elyassnia)와 2명의 마취과 의사, 4명의 수술방 간호사 4~5명의 외래 코디네이터, 1명의 post op care consultant가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저 외에도 ISAPS fellowship 자격으로 영국에서 온 의사가 먼저 참관하고 있었고, 참관 내내 안면거상과 목거상 그리고 지방이식 일정이 매일같이 잡혀있었으며 추가로 그가 시행하는 결막하 지방 재배치, 인중축소, 관자 리프팅, 레이저 박피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수술 참관 첫날 환복을 마치고,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수술방에서 처음 대면한 Marten은 땀을 뻘뻘 흘리며 fat harvest를 하고 있었고, 힐끗 저를 쳐다보며 눈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현재 자기가 하는 procedure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가며 마치 본인이 쓴 논문을 읽어 내려가듯 막힘 없이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나이와 세계적 명성을 감안한다면 제자를 키운다는 명목 하에 젊은 의사에게 수술 일부를 맡기고 본인은 여유를 즐길 법도 한데, A to Z까지 수술의 모든 과정이 본인의 손을 직접 거치는 모습과, 안면거상을 하면서도 수시로 앞서 시행한 지방이식 부위를 눌러보고 모양을 확인하는 모습에서 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이 연상되었습니다. 다행히 수필에 나오는 노인처럼 퉁명스럽진 않아, 저의 질문에 대해 경중에 따라서는 수술을 잠시 멈추면서까지 상세하게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참관을 통해 제가 얻고자 하는 것은 저서에서 표현하기 힘든 수술적 부분과 assist nurse와의 coordination을 직접 보고 확인하는 것이었고, 병원을 퇴사하면서까지 참관을 감행했던 이번 방문은 저 자신이 여러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들이 있다면.... 첫째, 환자 안전에 대한 세심한 배려입니다. 환자의 자세를 바꾸거나 드랩을 할 때 손수 환자를 점검하고, 관절의 각도까지 조절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지방 채취 시 왜 에어컨을 켜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환자 체온이 떨어지면 회복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또한 욕창과 심부정맥혈전증을 예방하는 모습, 매 수술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수술 후 통증을 줄이기 위해 marcaine을 주사하는 모습 등은 Timothy Marten이 얼마나 섬세하게 환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의사인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숙련된 수술방 간호사와 이들의 피로를 배려하는 Marten의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논문에 여러 차례 언급된 ‘장 시간의 수술로 인한 수술방 team member들의 fatigue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라는 표현을 본 적은 있지만, 이를 위해 간호사 3~4명을 40분 간격으로 끊임없이 교대하는 모습은 세상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고(손바꿈 때마다 매번 1회용 가운과 장갑을),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OR team 그 누구든 수술 중간에 투입되더라도 마치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막힘없이 다음 순서에 맞게 필요한 수술기구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수술의 전 과정과 순서, 의사가 원하는 바를 직원들의 몸이 이미 알고 있다랄까요...
셋째, teaching에 대한 순수함이었습니다. 휴식을 갖기엔 짧은 점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메일 온 것을 체크하고(그래서 나도 24시간 내에 답장을 받았나 봅니다) 논문을 수정하는 모습은, 학문 자체를 즐기고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일면식도 없는 동양의 낯선 사람에게도 참관 기회를 주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강연 요청에 흔쾌히 수락하는 태도에서 그의 인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는 수술에 대한 기록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술 프로토콜을 늘 기록해 두었다가, 축적된 자료를 비교・분석하여 끊임없이 더 나은 방법을 추구하는 그의 태도는 바로 근거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의 한 부분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Marten은 수술용 캠코더를 머리에 쓰고 집도하고 있어, 참관하는 입장에서 좁은 수술 필드를 큰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head cam의 사용이 단지 교육 목적 외에도, 자신의 수술방법이나 intra-op finding에 대한 기록 용도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수시로 특정 상황에서 녹화버튼을 눌러가며 수술을 진행하였는데, 훗날 많은 이들이 그의 저서에서 이 영상을 만나게 될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의학을 대하는 정직함이었습니다. 자신의 논문에 기록된 내용들은 사소한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수술방에서 정확하게 실행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질문에 대해 불확실한 것은 (한 분야의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Honestly, I have no answer for that."라 말하는 모습은, 그가 imaginary thinking보다도 evidence에 근거해 설명하려는 의사임을 짐작케 했습니다.
참관은 매우 만족스럽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일정이 끝나면 기억이 퇴색될까 두려워 저는 인근 카페에서 그날 보고 들은 것을 복기하였는데, 언젠가는 이 내용들이 의식하지 않고도 제 수술 과정에 자연스레 배이기를 고대해봅니다. 한편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바비톡이나 강남언니에 집착할 게 아니라 질 좋은 paper를 써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란하고 그럴듯한 광고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는 의학 학술논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눈길을 끄는 제목과 일러스트레이션, 상상적 추론으로 만들어진 논문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장될 것입니다. 반면 환자에게 진실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면 시간이 다소 흐른뒤라도 결국 빛을 발 할 것입니다. 모래 속 진주처럼 말이죠...
그의 수술 영상 이나 코멘트가 안면거상이나 목거상 수술에 관심 있는 분께 도움이 될까 하여 링크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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