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쌍꺼풀 수술은 동양, 특히 East-Asia에 해당되는 일본 중국 한국에서 많이 하는 수술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교과서에서는 Double eyelid surgery라는 표현과 Asian blepharoplasty란 용어를 혼용해서 동의어로 취급하며 사용합니다.
쌍꺼풀은 왜 동양에서 가장 많이 하는 성형수술이 되었을까요?
한다고 다 이뻐질까요??
이쁜 눈이란 어떤 것일까요??
막연히 쌍꺼풀을 하면 이뻐지리라 기대하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큰 눈이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눈은 크면 이쁩니다.
하지만 얼마나 커야 할지… 가로세로 비율은 어느 정도가 좋은지, 얼굴 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어때 해야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늘 집도하는 의사로서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일전에 인중축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황금비율(golden ratio. 혹은 divine proportion)이나 Marquardt’s phi mask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의 이상적인 비율에 대해 짧게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성형외과라는 학문을 배우다 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어디를 어떻게 고치는 것이 아름다운 변화일까?’라는 질문이고 저 또한 예전부터 갖고 있던 궁금증입니다. 한때는 황금비율에 해답이 있다고 믿으며 관련 문헌을 뒤지고, 이를 수술에 구현해내게 위해 golden ratio ruler를 아마존에서 사기도 했었는데요…
인하대 황건 교수님도 2021년 대한미용성형외과 학회에서 여러 문헌들을 소개하며, 그 문헌들의 결론은 “긴 세월 동안 성형외과 의사들이 '아름다움의 공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실패했다. 아름다움이란 생물학적인 것이지 수학이 아니다.” 라는 견해를 소개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의 말씀대로 많은 보고서는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고, 설령 서양인에게 적용해도 위 사진처럼 아름다운 얼굴이 나오는 것이 아니며, 결정적으로 미학에 대한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 아름다운 비율에 대한 저의 관심도 사그라들었습니다. '아름다움을 설명할 마법같은 법칙은 존재하지 않아!' 라고 생각하며….
아! golden ratio ruler는 단 한번도 실전에서 쓰지 못하고 제 방 한 구석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러던 와중에 재미있는 논문을 읽게 되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아름다운 눈… 그 비밀에 대하여
사실 고 이승철 교수님께서 아름다움에 대한 분석을 오래전부터 열심히 하셨고 주옥같은 내용을 많이 남기셨습니다. 성형 쪽에 종사하지 않아도 한 번쯤은 뉴스나 잡지에서 아래 그림을 본 적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승철 교수님 블로그
https://blog.naver.com/artprs/221055678405
아산 최종우 교수님께서 3D 사진기를 이용하여 코나 양약 수술과 관련된 연부조직 분석을 많이 하고 계셨는데요... 눈에 대한 논문이 있다는 건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논문은 48명의 일반인 vs 43명의 미스코리아(2009-2015년 입상자) 대상으로 각 그룹을 비교, 분석한 논문입니다.
분석에 포함된 91명은 모두
1) 균형잡힌 안모를 가진 자로,
2) BMI가 18~24 사이
3) 이전에 안면성형이나 교정치료를 혹은 얼굴 외상의 과거력이 없는,
4)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한 바를 2018년에 발표하셨습니다.
3D 스캐너로 이미 국내 개원가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Morpheus scanner를 이용하였고, 분석에 이용된 지표들은 9개의 직선 값(녹색), 1개의 각도(노란색), 7가지의 안모 비율(주황색)로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위 사진의 약어(a, b, c....)를 바탕으로 논문에 나온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 비밀의 결론은…?
a.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값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다'는 표현이 생소한 분들은, '이러이러한 차이점이 미인의 특징이다'라고 받아들이셔도 될 거 같습니다)
미스코리아 입상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1) 눈 가로폭(a)이 더 컸고(28mm vs 26mm)
2) 눈 세로 폭(b)도 더 컸고(11.5mm vs 9.1mm)
3) 콧볼의 폭(f)은 더 좁고(38mm vs 39.5mm)
4) 얼굴 가로 폭(g)이 더 좁았(14.4cm vs 14.7cm)
습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내용입니다.
추가로 미스코리아 집단이 일반 집단보다 차이가 두드러졌던 항목은....
5) 눈 위 속눈썹에서 눈썹 아랫면까지의 거리(i, upper lid height)는 미인들에서 더 좁았고 (11.5mm vs 13.3mm) 이러한 차이가 비교적 일정했다.
; 쉽게 표현하자면 눈썹이 낮은(low-set eyebrow) 형태가 이쁘다는 말입니다. 이는 이승철 교수님의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며, 눈썹 거상을 할 때 이러한 비율을 깨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리프팅을 해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낮아야’ 이쁠까? 하는 것인데요...
현대 성형외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Paul Tessier(1917~2008)가 언급했듯, 단순한 수치 값보다 중요한 것은 비율일 것입니다(facial proportion indices are giving priority over metric data). 논문에서는 동공에서 모발 시작점까지의 수직거리를 그었을 때 1:2의 위치, 즉 아래 1/3 지점에 눈썹이 위치하는 것이 미스코리아 입상자들의 특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6) a:g 비율은 5.2 vs 5.62이었고 (눈 가로폭이 크고 얼굴 가로 폭은 작다는 얘기)
7) 눈 사이 간격(e, intercanthal width)은 미스코리아에서 더 좁았다(34.3mm vs 36.7mm).
; 허나 이는 주의해서 해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름답다고 인지되는 사람들의 얼굴 폭이 좁기 때문에, 눈 사이 간격도 자연스레 좁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눈 사이 간격이 아름다움을 인지하는데 치명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8) a:e 비율은 1.24 vs 1.4였다.
; 눈 사이 간격이 어느 정도로 좁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특별히 미인군에서 흥미로운 비율이 관찰되었는데 a:e:g=1:1.2:5.2 라는 것입니다. 과거 서양 문헌에서는 1:1:1:1:1 이라는 보고가 많았는데,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눈 사이 간격이 조금 더 먼 것을 감안할 때 1:1:1.2:1:1이 한국인에게 더 적절할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인종, 문화, 시대에 따라 다른데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로 생각됩니다.
9) a:b는 2.4 vs 3.7이었다.
이 내용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눈의 가로:세로 비율입니다. 1)과 2)에서 각각의 수치만 놓고 본다면 미인군에서 가로폭과 세로폭 모두가 일반인보다 2mm만큼 길게 측정되었지요. 제 개인적 견해입니다만, 절대값이 아닌 비율로 따진다면 세로의 증가폭이 더 커야 논문에서 결론지은 이상적인 비율이 나올거라 생각됩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눈매교정이라는 수술을 통해 눈의 세로가 커지니 더 매력적인 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라 생각됩니다. 또한 아름답다고 인지되는 눈에서 이 요소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정도가 지나치면 안되겠지요….
b. 통계적 유의성은 없지만 미스코리아 집단에서 특정한 경향성을 보였던 결과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0) 눈 양쪽 끝의 거리(d, binocular width)는 미스코리아에서 더 길었다 (90mm vs 88.8mm).
; 이 내용은 8) 항목을 염두에 둔다면(미인군에서 눈 사이 간격이 일반인보다 좁은데도 불구하고 눈 양쪽 끝 거리가 길다는 것은) 확실히 눈이 좌우로 긴 것이 아름답다고 인지되는 눈의 특징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앞트임이나 뒤트임 수술이 세계 어디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흔히 행해지고 있으며, 개인적 견해로는 해부학적으로 올바른 것일까 염려되는 수술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경쟁이 치열해진 성형산업의 부산물이라고만 치부할 순 없을 거 같습니다. 안전한 범위에서 부작용 없이 터줄 수만 있다면 매우 좋은 수술이겠지요…
11) b:i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진 않았다 (1.04 vs 1.5)
; 하지만 논문의 결과에서는 미인들에서 더 낮은 값을 보이는 경향이 일정하게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상적인 눈썹과 눈 사이 간격의 기준을 정하는데 유용한 공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눈과 눈썹 사이 간격이 너무 좁은 경우 젊은 분들에게도 내시경이마거상을 권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이 간격이 큰 중년에서는 상안검이나 눈썹하거상을 시행하는데 부담이 줄어들 것입니다.
12) c:g는 0.42 vs 0.417로 미인군에서 높게 나왔지만 통계적으로 의미있진 않았다.
; 하지만 이승철 교수님 연구에 따르면 양안간격(c, interpupillary distance)은 인종마다 큰 차이 없이 일정하며, 오히려 c:g 비율이 미인군과 일반군에서 45% vs 42%로 나타난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종우 교수님 연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진 않지만 미인군에서 더 값이 높게 나타났다는 얘기는, 결국 얼굴 폭이 중요하며, ‘얼굴이 작아야 이쁜 얼굴이다’는 일반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 같습니다.
c. 통계적 유의성이 없는, 즉 아름다움과 연관이 없다고 생각되는 결과들도 말씀드리겠습니다.
13) 동공을 중심으로 한 양안 간격(c, interpupillary distance)의 길이.
; 어차피 수술로 바꿀 수 없는 영역이지요.
14) 눈꼬리가 올라간 정도(palpebral fissure slant)는 두 그룹 모두 7~8도 정도.
; 막 전문의가 된 후 저희 이모(60대 초반)께서 ‘젊었을 때부터 난 눈꼬리가 올라갔었는데, 나이 들면 (어차피 처지니까) 그게 더 좋은 거라며...?’라고 저에게 여쭤보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실제로 눈 주위 노화는 눈꼬리 쪽이 더 일찍, 더 많이 쳐집니다. 논문의 나온 방법대로 눈꼬리 각도를 제 얼굴에 그려보았습니다.
어떤가요? 각도가 줄어든 것 같아 보이시나요? ㅎㅎ
상안검 하러 오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눈 가쪽이 쳐졌다… 눈 가쪽이 짓무른다…’라는 이야기인데, 눈썹 가쪽이 아래로 당기는 힘의 영향(중력)과 위로 당기는 힘이 부재(이마근)에 기인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실제로 눈꼬리 쪽의 인대도 노화로 인해 늘어나 눈꼬리가 내려옵니다. 거기에 추가로 (추측컨데) 위 그림처럼 가쪽 눈썹의 노화가 더 일찍 찾아오기 때문에 착시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눈꼬리가 내려가 보인다고 생각됩니다.
이야기가 잠시 딴데로 새어버렸는데요… ㅎㅎ
어쨌든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이 대부분 20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눈꼬리가 올라간 젊은 분들께 뒷밑트임으로 눈의 각도를 낮출 때는 8~10도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15) 쌍꺼풀의 높이(j, pretarsal crease width).
16) j:i는 변이도 많고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
; 15)와 16)은 묶어서 같이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저의 경우엔 드물게 젊은 층에서, 그리고 절반 이상의 중년층에서 높은 쌍꺼풀을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모양은 아니며 일시적인 유행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쌍꺼풀입니다. 상담 시 환자분이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높은 쌍꺼풀이 아름다운 요소는 아니라는 근거로 활용해도 될 거 같습니다. ㅎㅎㅎ
17) f:e도 양 그룹 모두 1.1로 차이가 없다.
; 미인들이 눈 사이 간격이 더 좁은데 17)의 결론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콧볼도 적당히 좁아야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3)에서 이미 증명된 내용이기도 하지요.
결론
물론 개인마다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도는 분명 존재하므로 본 연구의 값들을 일률적으로 대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눈 수술이 아시아에서 가장 흔한 성형수술이기 때문에 수술하는 의사 입장에서 이러한 미적 지표에 대해 숙지하는 것이 좋을 거라며 논문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길게 설명을 한 것 같은데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아!
쌍꺼풀을 한다고 누구나 이뻐질까?라는 질문에는…
.... 케바케, 정도껏, 눈에 따라….라고 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ㅠoㅠ
많은 경우에서 너무 높은 쌍꺼풀을 하지만 않는다면, 쌍꺼풀 수술을 통해 눈이 커보이는 착시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힘들게 긴 글 읽었는데 맥이 빠지셨다면…. 죄송합니다 ^^;;
ps. 논문에 실린 몇몇 용어를 설명하는 것이 너무 구구절절하여 일부는 제 표현대로 임의로 바꾸었습니다. 문서 양을 줄이려다 보니 본 글에 언급된 수치가 논문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ps2. 참고로 위에 소개한 최종우 교수님의 연구에서는 조사의 구체적인 분석 요소는 아니었지만 미인대회 입상자에서 쌍꺼풀은 더 많았고 (88.3% vs 70.8%), 몽고주름이 있는 비율은 (53.4% vs 66.7%)로 더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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