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나에게 생긴 눈 밑 노화

나이가 들면 눈 밑이 길어진다??

하안검 수술을 상담하면서 진료실에서 '눈 밑이 늘어나서.....'라는 표현을 쓰는 환자분들 종종 만나게 됩니다. 전문가가 아닌 분께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저는 조금 놀랄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눈 밑이 늘어났다'는 표현은 의사의 학술회의 때 종종 들을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물론 이 글 끝에 반전이....).

하늘색 = lid-cheek segment; 노란색 = nasolabial segment; 초록색 = malar segment; 1=눈밑광대주름(palpebromalar groove). 2=눈물고랑(tear trough). 3=인디언주름(midcheek groove).; Ref) Neligan Vol 2. Ch6.1 Facelift: Facial anatomy and aging 109p Fig. 6.1.19

보통 '눈 밑'이라고 하면 아래 속눈썹에서 시작하여 애교살 아래쪽 까지를 지칭 합니다. 위 그림의 하늘색 영역에 해당되겠는데요...
의미적으로 'lid-cheek segment'라는 의학용어가 '눈 밑'과 의미적으로 흡사합니다. 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부위입니다. 참고로 위 그림은 성형외과학 교과서에 실리는 그림으로, 파란색이 눈 밑이고, 초록색과 노란색이 앞광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물론 의학용어는 아닙니다).

그리고 위 그림에서 1번과 2번 선이 눈꺼풀(lid)과 뺨(cheek) 사이의 이행부위를 지칭하는데, 이를 학술적으로는 lid-cheek junction이라고 표현하며, 눈과 뺨의 경계가 되는 가상의 선을 지칭합니다.
여기까지가 서론이었고.... 눈 밑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이해가 되셨다면, 이제 본론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통상 '눈 밑이 늘어났다'는 표현은 아래 그림을 지칭합니다.

34/F TCLB POD#1yr; Ref)Extended Transconjunctival Lower Eyelid Blepharoplasty with Release of the Tear Trough Ligament and Fat Redistribution. Plast Reconstr Surg. 2017 Aug;140(2):273-282.

위 사진은 싱가폴의 Dr. 왕칭호가 발표한 논문으로, 34세의 환자가 눈밑지방재배치 전과 후 1년 모습입니다. 눈 밑이 꺼지고 늘어나면 다크서클 또한 두드러지게 됩니다(다크서클의 원인과 치료는 이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좌측의 푸른 화살표가 소위 환자들이 표현하는 '눈 밑이 늘어났다'라고 인지되는 부분입니다. 푸른색 실선이 lid-cheek junction입니다.
우측 사진의 붉은 화살표는 환자들의 표현에 따르면 '수술 후 줄어든 눈 밑'이고, 붉은 실선은 (추후 언급할) infratarsal groove입니다.

정상적으로 눈 밑 영역에는 표정을 짓거나,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2개의 선(groove)이 있습니다.

위 = 25세의 필자; 아래 = 40세의 필자; 붉은색 선 = infratarsal groove; 푸른색 선 = lid-cheek junction

사진에서 보다시피 위쪽에 붉은 선을 infratarsal groove라고 하는데, 눈밑 애교(pretarsal bulge)의 아래 부위를 지칭합니다. 젊은 사람에서 관찰되는 눈밑 애교는 특히 표정을 지을 때 눈꺼풀과 뺨을 시각적으로 구분해주는 역할을 하며, 안와 하연보다 한참 위쪽에 위치해있어서 ‘high lid-cheek junction’이라고도 불립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infratrasal groove의 위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선은 점차 희미해집니다.

아래에 있는 푸른 선은 lid-cheek junction으로 대략 안와 하연에 위치합니다. 일반적으로 젊었을 때는 보이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선이 깊어지면서 서서히 나타나게 됩니다. Lid-cheek junction은 처음에는 부드러운 ‘C’ 모양이지만, 가운데 부분이 '깊어지면서' 눈물고랑과 눈밑 광대 주름에 의해 ‘V’ 형태로 점차 바뀌게 됩니다. V의 가운데 부분은 가장 깊게 꺼진 부위로써, 눈물고랑(tear trough)이 끝나는 지점이자 인디언주름(midcheek groove)으로 이어지는 부위입니다.

'피부는 처지지 않는데 왜 눈과 뺨의 경계가 나이가 들면서 구분이 잘 되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Dr. Mendelson은

 

‘뼈에 느슨하게 붙어있는 부위의 눈확유지인대(orbicularis retaining ligament, ORL. layer 4에 해당)가
안와근육(layer 3에 해당) 쪽을 향해 팽창되며 쳐지는 것’

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표현이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쉽게 표현하자면 젊었을 때 팽팽하던 눈 주위의 인대가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 꺼지고 아래로 쳐졌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Mendelson은 안면에 space와 layer 개념을 적용하면서 노화의 기전을 logical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Ref) Neligan Vol 2. Ch6.1 Facelift: Facial anatomy and aging 109p Fig. 6.1.2

ORL이 medial은 견고하게 눈둘레근에 부착되나, lateral 쪽은 성길고 늘어진 구조로 되어있다. 보툴리눔・필러 임상해부학. 한미의학. Ch 4. 184p

Mendelson은 추후에 해부학을 세부하게 더 나누어 tear trough ligament라는 표현을 쓰면서 눈확유지인대를 tear trough-orbicularis retaining lig complex라고도 표현했는데, 본 글에서는 눈확유지인대(ORL)이란 표현으로 통칭하여 기술하였습니다.

가운데 점선을 기준으로 우측은 tear trough ligament, 좌측은 orbicularis retaining ligament. Ref) Facial soft-tissue spaces and retaining ligaments of the midcheek: defining the premaxillary space. Plast Reconstr Surg. 2013 Jul;132(1):49-56.

노화가 진행되면서 ORL이 늘어나서 lid-cheek junction이 더 뚜렷해지면, 젊을 때 눈꺼풀과 뺨을 구분 짓던 infratarsal groove의 역할을 lid-cheek junction이 대신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나이가 들면서 눈 밑이 늘어나는’의 원인이지요. 하지만, Mendelson에 따르면 '길어진다(lengthening)'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합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젊었을 때 눈에 잘 띄던 infratarsal groove가 나이가 들면서 lid-cheek junction으로 visual shift 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뿐만 아니라, 학회에서도... 심지어 의학 서적이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조차 '길어졌다'라는 표현을 접할 수 있습니다.

좌 : 노화로 인한 얼굴의 변화; 우 : 젊었을 때의 얼굴

길어졌다는 표현은 원래 있던 것의 변화를 칭하는 것이지만... 원래 있던 녀석들의 변화라기보다는, 다만 시각적으로 더 잘 보이게 된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 나온 성형외과 교과서의 견해입니다.

이전에 학회에서 열린 시험문항개발관리 워크숍 때 교수님들 앞에서 위 내용과 관련하여 시험문제로 내면서 참신한 척 발표를 한 적이 있었는데.... -_-;;;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 용감한 무식에 손발이 오그라듭니다....